「옹이」/ 이수정 / 현대시 2003년 12월호 사진<www.asiawood.co.kr 청목>님의 블로그에서 옹이 / 이수정 그의 상반신엔 가슴에서 등을 관통하는 커다란 옹이가 박혀 있다 옹이를 붙잡고 있는 것은 나무일까 나무는 골목에 쏟아지는 햇빛 이 어지럽다 담벼락 그림자 밑으로 숨어든다 쭈그리고 앉아 고개 를 숙인 대머리 늙은 독수리는 아파트 골.. 문예지발표작 2006.10.13
로뎀나무 아래서 / 정이랑<심상 2006년 9월호> 사진<다음 신지식>에서 로뎀나무 아래서 / 정이랑 언제부터인가, 그는 자신의 허물을 벗겨놓고 여러개의 손가락으로 물살을 마구 흔들어 보고 싶었을 것이다 구름과, 별 달빛들이 그러하듯 저 홀로 거꾸러져 잎사귀의 무늬를 씻어내자고 외쳐대며 누구나 흐르는 물 앞에 서보면 헝클어진 머리카.. 문예지발표작 2006.10.10
또 조간신문이 내던져지고 있다 / 박종헌 사진<행복과 사랑이 존재하는 한 나는 언제나 그자리....>님의 플래닛에서 또 조간신문이 내던져지고 있다 / 박종헌 짐승들 울음 끊긴 한 밤에 시계의 초침소리는 불안하다 하루가 가고 다시 하루가 오는 그 중간 새벽녘 조금씩 가슴이 아파오는건 월급 받아 살아온 삼십년 대출금 보태 사들인 32평.. 문예지발표작 2006.09.20
썩은 사과 한 자루 / 류인서 사진<동양란>님의 블로그에서 썩은 사과 한 자루 / 류인서 이야기의 시작이야 당연히 한 마리의 잘생긴 망아지였죠 망아지 의 갈기 끝에 핀 흰구름이었죠 흐르는 초록 풀밭의 아침이었죠 망아지와 맞바꾼 살찐 암송아지였죠 우유 한잔으로 맞는 약속의 식탁이었죠 알고 본즉 뿔도 안 난 어린양이.. 문예지발표작 2006.09.08
길에도 혀가 있다 / 마경덕 사진<초이네>님의 플래닛에서 길에도 혀가 있다 / 마경덕 혀가 있었다. 걷거나 달리거나 서있는 바퀴의 지문(指紋)을 끈질기게 핥아먹는 돌아보면 구불텅한 길 하나 졸졸 따라오고 끼익끼익 바퀴에 길이 감기는 소리. 바퀴 속 물컹한 바람이 무거운 세상을 밀고 있었다. 자전거와 수레바퀴들, 종일.. 문예지발표작 2006.09.07
카메라, 키메라 / 강정<문학동네 2006. 여름호> 사진<아도비>님의 플래닛에서 카메라, 키메라 / 강 정 우스운 일이지만, 나는 카메라 한 대로 모든 시간을 포획하려는 꿈을 아직 버리지 못한다 당신의 얼굴을 담으려다가 두 개의 망막을 거쳐 내 심장에 가설된 집에는 당신이 떠난 자리만 휑뎅그레 살아 있는 나보다 더 크고 살갑다 대개 과장법.. 문예지발표작 2006.09.05
복덕방/조영석 사진<삶과 여유 그리고 음악과 함께 멋진 여행을...>님의 플래닛에서 계간[문학동네] 2005년 봄호 복덕방 노인 / 조영석 유리창은 거대한 지도였다 그는 지도를 등지고 앉아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녹슨 풍향계처럼 삐걱거리며 그의 목뼈만 조금씩 틀어졌다 찾아오는 구매자나 매.. 문예지발표작 2006.09.02
책들 / 강해림 사진<가교>님의 플래닛에서 월간 [현대시] 2006. 6월호 책들 / 강해림 헨리 밀러의 북회귀선을 읽는 오후, 북회귀선은 없다 오랫동안 외설로 낙인찍힌, 금서 는 외롭다 어두컴컴한 독방에서 수음하는 문장들 껍질을 벗기고 푹푹 삶은 몸 곤죽이 되도록 두들겨 맞는 고행을 묵묵히 견뎌준 나무들 헌신.. 문예지발표작 2006.09.02
不완성악보 / 차주일 사진<리알토>님의 플래닛에서 월간[현대시] 2006년 6월호 不완성악보 / 차주일 침묵으로 발효된 말을 품고 비로소 바라보게 되었을 때 연인은 나의 침묵에서 세레나데를 듣고 있었다 선율을 암송하는 듯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산책하던 발걸음을 멈추게 한 이 그리움의 회귀는 지금의 어둠과 침.. 문예지발표작 2006.09.02
임서 / 한정원 사진<고람 이상세와 함께하는 세상>님의 플래닛에서 한정원 / [낮잠 속의 롤러코스터] / 시평사 /2006. 임서臨書 / 한정원 가을은 단풍 뒤에 있는 것이 아니지 단풍은 가을 속에 따로 들어가 한 자리를 물들이는 것이 아니지 뿌리고, 흘리고, 쏟아붓고 신발 신은 채로 산속으로 올라가 자기 몸의 한 획.. 문예지발표작 2006.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