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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세계관, 그리고 시작 모토] - 2021년 계간지 「상징학연구소」 여름호 - 심은섭

나의 시작 행위는 ‘접신된 광기의 상태’에서 상상력으로 공복의 정신을 채우려는 일이며 나의 시는 일체의 허구다. 그 허구에서 찾아낸 진실을 담을 언어의 질그릇을 가마에서 굽는 일이다. - [시인의 세계관, 그리고 시작 모토] - 2021년 계간지 「상징학연구소」 여름호에 게재

나의 자작시 2021.06.02

회전목마 - 심은섭

회전목마 심은섭 허공이 나의 출생지이다 그러므로 네온사인이 발광하는 지상에 발을 내디뎌서는 안 된다 나의 운명은 자본에 조련된 동전을 등에 업고 결정된 생의 궤적을 그려내는 일이다. 이것이 신이 내린 첫 계명이다 오래도록 변두리를 배회하며 사는 동안 두 눈은 퇴화 되었으나 무딘 감각으로 겨우 허공에 길을 낸다 그런 까닭에 운명의 축을 이탈할 수도 없었거니와 갈기를 날리며 광란하는 질주의 본능을 잊어버렸다 밤꽃이 발정하는 유월, 변압기가 구워낸 찌릿한 전류 한 덩어리로 식사를 한다 그것마저 배식이 중단된 날엔 공중에 정박해야 한다 오늘도 고독의 깃발을 나부끼게 만든 개똥벌레 한 마리 찾아오지 않는다 ------------------------------------------------------------..

나의 자작시 2021.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