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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 심은섭

봄 심은섭 불혹이 넘은 여인의 마음을 이토록 들쑤셔놓은, 찬바람이 폭력을 휘두르던 들판에 따스한 온풍기를 틀어 놓은 넌, 누구니? 욕망을 채운 고양이에게 또 다른 욕망을 채울 수 있는 힘을 준, 꽃들의 유언이 열매라고 채찍질로 가르쳐 주는 넌, 누구니? 내 그리움의 길이만큼 아버지의 무덤에 잔디가 자라게 만든, 생에 지쳐 우시던 어머니의 슬픔만큼 찬란한 넌, 누구니? -출처 : 2021년 『See』 4월호에 발표

나의 자작시 2021.06.20

흑장미의 이중생활 - 심은섭 / 출처 : 서귀포신문(http://www.seogwipo.co.kr)

http://www.seogwipo.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6765 가시를 키우자 아무도 오지 않았다 - 서귀포신문 흑장미의 이중생활 심은섭 해가 질 때까지 그가 꽃을 피우는 일에 몰두하는 줄 알았다 그의 붉은 입술은 최상위 포식자들의 뇌에 중독성 음색의 광상곡을 채우는 중이었다 더구나 생의 나침판 www.seogwipo.co.kr 흑장미의 이중생활 심은섭 해가 질 때까지 그가 꽃을 피우는 일에 몰두하는 줄 알았다 그의 붉은 입술은 최상위 포식자들의 뇌에 중독성 음색의 광상곡을 채우는 중이었다 더구나 생의 나침판을 잃을 수 있다는 의심으로 몸에 가시를 키웠다 그 후로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날들이 빈번했다 어둠 속에서 피는 달맞이꽃에게라도 가까이 다가가려고 애절한 ..

나의 기사 2021.06.15

가문비나무엔 허파가 없다 - 심은섭

가문비나무엔 허파가 없다 심은섭 이동의 욕망이 화산처럼 솟구칠 때마다 신은 나의 허파를 떼어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까닭에 친정집 마당 한 번도 밟아본 적이 없습니다 까마귀가 스무 가지의 감각을 주고 갔지만 눈과 귀를 닫고 삽니다 오랜 시간은 이동의 습성을 잃어버리게 했습니다 그 죄로 직립의 자세로 저녁마다 굵고 긴 반성문을 씁니다 수은주의 붉은 혓바닥이 빙점 아래로 통과할 때 벌목공의 톱날에 온몸이 잘려 나가도 이젠 한 방울의 피도 흘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연둣빛살점이 뜯겨나가도 피죽바람을 불러와 생손을 앓습니다 나는 어떤 계절에도 한 장의 잎만으로도 천공을 뚫고 부활을 합니다 -출처 : 계간지 『시인시대』 2021년 여름호에 재발표

나의 자작시 2021.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