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다음 신지식>에서
로뎀나무 아래서 / 정이랑
언제부터인가, 그는
자신의 허물을 벗겨놓고
여러개의 손가락으로 물살을 마구
흔들어 보고 싶었을 것이다
구름과, 별 달빛들이 그러하듯
저 홀로 거꾸러져 잎사귀의
무늬를 씻어내자고 외쳐대며
누구나 흐르는 물 앞에 서보면
헝클어진 머리카락 담그고
투명한 뼈로 오래 붙박혀
혼자가 되어 있음을 안다
몸 안에서 우글거리는 핏방울
더 이상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
순간, 말라비틀어진 등줄기에 퍼부어 대는
회초리들의 음성音聲
되돌아갈 수도 없다
우리 모두는 지정指定되어 꽂힌 것이다
지구 속에 떠돌고 있는 나는
지금 어디에 꽂혀 있는가
정이랑
1969년 경북 의성 출생
1997년 <문학사상> 신인상 시로 당선
시집 : <떡갈나무 잎들이 길을 흔들고> 2005년 시안 황금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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