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리알토>님의 플래닛에서
월간[현대시] 2006년 6월호
不완성악보 / 차주일
침묵으로 발효된 말을 품고 비로소 바라보게 되었을 때
연인은 나의 침묵에서 세레나데를 듣고
있었다
선율을 암송하는 듯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산책하던 발걸음을 멈추게 한 이 그리움의
회귀는
지금의 어둠과 침묵으로 발효되었던 내 말이 같은 조도인 까닭이다
빛으로 헤진 도시를 내려다보며 어둠을
기워나간다
피아노 건반을 누르듯 간판들을 훑어본다
소리보다 밝았던 글자와 조형들이 어둠으로
돌아간다
전자기타 줄처럼 떨리던 길들이 제 구획의 어둠을 덧대고
침선에 꿰이는 산동네 쪽창들 한 땀 한 땀
어두워진다
어둠의 악보에서는 고저장단이 같은 것이므로
음표가 필요없는 묵음의 악보를 다 펼치고
나면
우리는 태초의 세레나데를 이식할 수 있을까
세상 모두 어둠 속으로 돌아가 태아처럼 웅크린
밤
인간이 만들어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유일한, 십자가들
네온 빛으로 축조한 여백으로 도시를 파수하고
있다
신성불가침의 여백 속으로 어둠을 밀어 넣는다
영혼의 경계는 극소량의 어둠도 허락하지
않는다
나의 침선은 빛과 어둠의 소절에서 헛땀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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