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고람 이상세와 함께하는 세상>님의 플래닛에서
한정원 / [낮잠 속의 롤러코스터] / 시평사 /2006.
임서臨書 / 한정원
가을은 단풍 뒤에 있는 것이 아니지
단풍은 가을 속에 따로
들어가
한 자리를 물들이는 것이 아니지
뿌리고, 흘리고, 쏟아붓고
신발 신은 채로 산속으로
올라가
자기 몸의 한 획 한 획을
풍경에 맞추어 꼭 눌러 써보는 것
한쪽 눈은 지그시 감고
황금분할의 거리에서
붓은 대지 말고 팔의 힘을 빼고
그냥 나무가 되어보고
햇빛의 구멍
사이로 떨어져 보는 것이지
골짜기 흘러가는 물 위에 서진을 올려놓고
잠시 세상을 고정시켜 보는
것
산새 소리는 언제나 투명해서
바닥이 드러날 때 베끼는 일은 더 쉬워져
가을은
중봉中峰으로 서서 파지 한 장 없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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