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발표작

임서 / 한정원

자크라캉 2006. 9. 1. 21:43

 

 

 

              사진<고람 이상세와 함께하는 세상>님의 플래닛에서

 

 

 

한정원 / [낮잠 속의 롤러코스터] / 시평사 /2006.

 

 

서臨書 / 한정원

 

 

  가을은 단풍 뒤에 있는 것이 아니지
  단풍은 가을 속에 따로 들어가
  한 자리를 물들이는 것이 아니지
  뿌리고, 흘리고, 쏟아붓고
  신발 신은 채로 산속으로 올라가
  자기 몸의 한 획 한 획을
  풍경에 맞추어 꼭 눌러 써보는 것
  한쪽 눈은 지그시 감고 황금분할의 거리에서
  붓은 대지 말고 팔의 힘을 빼고
  그냥 나무가 되어보고
  햇빛의 구멍 사이로 떨어져 보는 것이지
  골짜기 흘러가는 물 위에 서진을 올려놓고
  잠시 세상을 고정시켜 보는 것
  산새 소리는 언제나 투명해서
  바닥이 드러날 때 베끼는 일은 더 쉬워져
  가을은 중봉中峰으로 서서 파지 한 장 없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