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작품들

캔맥주<제1회 창작문학상>

자크라캉 2006. 7. 26. 16:36

1회 창작문학상

 

 

<운문>

 

 

OB 및 카스 400ml 보너스 캔 맥주 출시

 

                                                사진<미디어 다음>에서

                                                       

맥주 / 김용태

                                                                                                     


  아직은 쌀쌀한 3월의 새벽에 3천원뿐인 지갑 털레털레 들고 다니다 맥주 한 캔 사고 만다 천오백원짜리 캔 맥주를 하나 사면서 천오백원짜리 선택권도 생겨나 하이트를 물리고 OB를 거머쥐고 김 아무개 공원으로 간다 조금 추운 것도 같아 벤치에서도 가로등 불 비추는 곳에 앉고 맥주 놈은 좀더 시원해지라고 그늘진 곳에 앉혀 두었는데 마시려 산 놈이 어째 꼭 나 같은지 쉬 따개를 젖히지 못해 손톱으로 틱틱 건드리다 가로등 불 비추는 곳으로 슬쩍 잡아끈다 이놈의 맥주 회사는 쌀 첨가로 부드러운 목 넘김이라 써 붙여 놓았는데 마시기도 전부터 나오는 잔기침은 무엇으로 해명하려는지 그래도 천오백원의 권리라고 멀리서 다가오는 취객 보이면 얼른 안주머니에 감추기도 하고 아직 마신게 아니니까 3천원 있다 우기며 벌벌 떠는 새벽, 가로등과 눈 맞은 기다림이 천오백원만큼 가벼워진 빈 캔으로 굴러다닌다. 

 

 


 

당선소감

 

  나의 시는 충분치 못하다. 아직 차야 할 부분으로 가득한 초승달이다. 그 채워야 할 부분을 채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가망성을 보고 준 상이라 생각한다.

  조금은 더 흔들리고 싶다. 흔들리다 보면 내 깊숙한 뿌리를 붙잡고 있는 흙님들도 넌지시 놓아주는 날이 오지 않을까. 나의 인생을 십 년 단위로 끊을 때 이십대는 흔들리기 위한 시기라 규정해 왔다. 이번에 수상한 창작문학상은 이런 흔들림에 실바람 한 가닥을 보탰다. 후에 더 이상 붙잡는 것들 없다 느낄 때 오늘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T.S엘리엇은 ‘시는 감정의 표현이 아니라 감정으로부터의 도피’라 했다. 한편으로 보면 여태 이해 못했던 말이다. 이제는 서서히 이 말의 의미를 벗겨내고 싶다.

  부족한 작품을 성심껏 심사해 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감사드리고, 열정으로 투고하고 경쟁한 다른 응모자들에게도 경의를 표한다. 누구보다도 나의 詩作에 많은 자신감을 준 아름다운 푯대, 나는 오늘도 당신을 향해 서 있을 것이다.



김용태

1982년생 전남 함평 출생

 

 

 

심사평

 

 

  창작문학상에 응모한 학생들의 작품을 꼼꼼히 읽어보았다. 그중 주병태의 「위선의 태양 그리고」외 2편, 안하욱의 「샹그리라 호텔 204호에는 코끼리가 산다」외2편, 고순근의 「얼음이 녹으면」, 이운선의 「오래된 별」외 2편, 김다운의 「짜지 싸게 팝니다」외 1편, 권지애의 「바다로 향하는 마음」외 2편, 김용태의 「무등산」외 3편이 눈에 들어왔다. 이들의 작품들을 세심하게 읽은 결과 아래와 같은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주병태의 경우, 관념을 시화하는데 있어 평범한 진술에 의존해 있기에 감동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안하욱의 경우는 상징성이 짙게 나타났는데, 보다 구체적인 정황과 함께 어울리지 못해 극히 개인적 차원에 머물고 있다. 고순근의 경우,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정리하지 못해 산만했고, 대상에 대한 인식 또한 단순했다. 이운선의 경우, 안정적인 구조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재나 그것을 아우르는 정황이 구체적이지 못해 막연한 느낌을 주고 있다. 김다운의 경우는 시적 발상이 재미있지만 구조가 단순해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시의 전면에 드러나 있다. 권지애의 경우도 시적대상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막연한 느낌을 서술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 김용태의 경우, 「무등산」과 「캔 맥주」란 시편이 눈에 들어왔다. 무등산의 가파른 산길에 설치된 동아줄을 소재로 했으나 그 표현이 적확하지 못했다. 「캔 맥주」는 가난한 삶의 외로움을 캔(깡통)에 빌어 그 쓸쓸함을 잘 드러냈다. 그러나 이를 좋은 산문시라 하기엔 부족했다. 문장이 지나치게 길고, 압축하는 맛이 없어 리듬감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극복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와 같은 평가를 바탕으로 우리는 소재를 다루는 능력, 대상에 대한 인식의 새로움, 주제를 형상화하는 솜씨 등을 고려해서 김용태의 「캔 맥주」란 작품을 운문부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부디 더 좋은 시를 쓰기 위해 각고의 노력이 있기를 바라며, 당선을 축하한다.                   

                                                          심사위원 : 김은수, 이은봉, 신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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