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모든상품 제시가에 드림>님의 플래닛에서
구두 한 마리 / 길상호
일년 넘게 신어온 구두가
입을 벌렸다 소가죽으로 만든
구두 한 마리 음메- 첫울음을 울었다
나를 태우고 묵묵히 걷던 일생이
무릎을 꺾고 나자 막혀버리는 길,
풀 한 줌 뜯을 수 없게 씌어놓은
부리망을 풀어주니 구두가
길을 잘근잘근 씹어댔다
돌멩이처럼 굳어버린 기억이
그 입에서 되새김질되고
소화되지 않은 슬픔은 가끔
바닥에 토해 놓으면서 구두 한 마리
이승의 삶 지우고 있었다
바닥에서 달아나는 시간을 따라
다시 걸어야 할 시린 발목,
내가 잡고 부리던 올가미를 놓자
소 한 마리 커다란 눈을 감으며
구두 속에서 살며시
빠져나가는 게 보였다
제7회2005년 전국계간문예지 대전축제 기념사화집
<이슬 속의 바다를 들여다본다>시와 정신사
길상호
1973년 논산출생
2001년<한국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오동나무 안에 잠들다>
'문예지발표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몽돌외 <2005년「서정시학」신인상 당선시 (0) | 2006.07.26 |
---|---|
프렐류드 / 김언희 (0) | 2006.07.18 |
시의 갈비뼈를 뽑고 싶다2 (0) | 2006.07.13 |
한 순간 (0) | 2006.07.11 |
울음 (0) | 2006.07.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