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말끄미>님의 플래닛에서
시의 갈비뼈를 뽑고 싶다 2 / 경 신
섹스를 마치고 놈은 맥주에 젖은 양말을 서둘러 신었다. 맥주가 마
를 때까지 놈이 떠나지 않을 거라던 예상은 수포로 돌아갔다(놈은 떠
날 땐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 홀딱 벗은 몸뚱이에 발목까지 오는 꽃
분홍 양말이 섹시하다. 새벽이면 놈은 아무 때나 불쑥 찾아든다. 비
오는 날이면 술 냄새를 풍기면 온다. 초콜릿 한 쪽을 잊지 않고 사온
다. 그녀가 혼자 이불 뒤집어쓰고 있는 시간을 놓치는 법 없다. 그녀
의 은밀한 시詩땅에 거침없이 촉촉한 알땅을 내놓고도 그녀는 소리 한
번 못 지른다. 실핏줄 따라 깊숙이 박힌 시詩부리를 더듬으며 놈의 갈
비뼈를 찾는 년의 손이 뜨겁다. 섹스를 마치고 분홍 양말을 신는 놈의
등에선 달큰한 땀이 흐른다. 시詩땀을 핥으며 나는 오늘도 '오르가
즘'을 꿈꾼다. 시詩는 오르가즘이다.
제7회 2005 전국계간문예지 대전축제 기념사화집
<시와정신사>
경 신
<문학21>로 등단
현재 신림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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