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언냐는 못 말려>님의 플래닛에서
울음 / 배영옥
스무살 때 엄마가 세상을 떠났다
나는 상복을 입고서도 울지 않았다
먹은 것 다 토해 내고 우황청심환을 먹었다
내 울음은 오래전에 죽어 있었던 것
죽어 있는 울음을 다시 불러 들이는 어떤 방법도 나는 알지 못했다
죽음과 울음의 불가분의 관계를 깨트릴 수 이껬다 싶었다
나는 내 핏속에 흐르지 않는 울음의 내력에 감사했다
어느 봄날, 샛노란 어질머리 같은 달빛에
속수무책 터져나온 울음이 그치질 않았다
그건 뒤늦게 내게 다가온 악몽 같았다
엄마가 한참이나 지나서 내게 보내준 선물 같았다
내 생애에
어떤 울음을 막무가내로 막아두었던 기억이 있다
내부에서 밖으로 번 나오는 설움으로,
울음 울다가 울다가
어떤 흔적들은 계속 울음을 흘려보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창비>2006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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