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사랑하세요>님의 블로그에서
서로 울다 / 허 림
풍천리 송선생님 작업실에
누에처럼 누어 듣는 새 울음
밤새도록 울고 나면 산기슭 어슬렁거리는
안개와 물박달 나무 이슬 터지는 소리
그 소리 그 소리. 누가 알것냐
저 새의 생의 절반이 울음인 것을
울음의 절반이 내게로 건너왔다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나도 밤새 운 것이다
생의 둘레를 접었다 펼쳤다 놓으며
홀로 건너지 못할 세상
울음으로 맞대어 놓고
밤새도록 왔다 갔다 건넜다는 것을
울음에도 빛깔이 있다는 걸
울음에도 기이가 있다는 걸
서로 얼굴 한 번 마주한 적 없이
생의 갈피를 물들였던 새벽
물박달 나무 푸른 햇살 속으로 날아와 앉는
무반주의 여운.
눈물나는 것들 순한 눈빛을 보면
괜히 철렁 쏟아내는 울음
울다보면 가슴까지 따스해지는
저 새 같이 젖는 붉은 목젖
<심상> 2006년 6월호
허림
<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 전문지<심상>으로 등단
17년 만의 첫시집
< 신갈나무는 푸른 그림자를 지나간다> 2004년 현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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