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슈쥬,동방욕설 금지구요,카페 욕설,불펌 금지 입니다>님의 플래닛에서
빈궁 / 마경덕
시장골목 사천 원짜리 보리밥집
점심나절 친목계가 열렸다
입심 좋은 동네 아줌마들
꽁보리밥에 수다를 얹어 배불리 먹고
공짜로 주는 커피도 마신다
말수 적은 마산댁, 커피 대신
홀몬제라며 조그만 알약을 삼킨다
평소 장난기 많은 여주댁
“빈궁마마, 약 드시옵니까?”
불쑥 머리를 조아린다
빈궁?
졸지에 빈궁마마가 된
마산댁
요즘은
자궁이 없는 여자를
빈궁이라 부른단다
박장대소 모두 뒤집어졌다
작년 가을 혹이 생겨 자궁을 들어낸 마산댁
“어머, 내가 덕분에 빈궁이 되었네”
헛헛한 아랫배를 쓰다듬으며
덩달아
웃는다
언뜻 웃음 끝이 쓸쓸하다
시로 여는 세상 <2006년 여름호>
마경덕 시인
200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신발론> 2005년 문학의전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