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발표작

개미/ 오남구

자크라캉 2006. 6. 21. 16:15

 

                                  

                                   사진<추억을담고싶은>님의 블로그에서

 

 / 오남구 

―노자의 벌레5

 

산성의 행궁지에서  내려오는 길

계곡 너럭바위에 걸쳐 앉은 해가

해말간 얼굴, 맑은 물에 씻고 있어

물속에 담근 내 발이 부끄럽습니다.

슬며시 눈길을 돌리고 바라본 개미

3mm쯤의 일꾼 3이 엎디어서

서쪽 방향으로 물푸레나무 밑을 향하고

목공이 먹줄이라도 튕겨 놓은 듯

곧장 최단 거리로 기어가고 있습니다.

무슨 역사를 하나, 저 개미

두 안테나를 세우고 신호를 받으며

일꾼 3이 엎디어 해를 짊어지고

가는 곳, 노 시인의 맨발이 따라갑니다.

어머, 이 개미 봐!

투명한 소리가 물속에계속 빠지고

물소리가 몇 분간 그 뒤를 따라갑니다.

산성 행궁지의 쓸쓸한 바람

해말간 얼굴에서 머뭇거리고


*노 시인의 맨발

M시인과 동행했다. 굴러다니는 기와를 물로 씻어 그 무늬를 읽어내는 것을 보고,

또 물가에서 한참 동안 개미 한 마리 뒤를 맨발로 따라가며 살피는 모습을 보며,

이것이 살아있는 시쓰기라는 것을 알았다.



게재지 : 디지털시(인)

등  단 : 1975년. 시문학

주  소 : 122-810 서울시 은평구 갈현1동 407-25

전  화 : 011-9116-6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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