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발표작

빈집 / 김명리

자크라캉 2006. 6. 21. 16:08

 

 

                                         사진<상아>님의 블로그에서

 

 

  /  김명리


  

어스름 녘이면 한담이라도 나누는지 늙은네 서넛 거기 웅크리고들 앉았다 두런거리며 담배들을 맛있게 돌려 태우는 모습을 본 듯도 하였다


한결같이 물빛만 오롯이 짙은 낡은 입성들을 하고 있었는데 물방울이 뼈에 맺혔다 하느니 솔찮게 풀어졌다 하느니


한 걸음 다가가면 한 마장 흩어지던 그 소리, 반짝이는 번석류 열매 같은 그 실루엣들


내키지 않더라도 공손하게 목례라도 드릴 걸 그랬다 저 저녁의 인사들 어느새 안 보이니 내 조바심조차 때로는 아득하고 때로는 섬뜩해진다


오오 어서 나를 데려가 다오/아직은 지상의 시간을 더 견디게 해다오


산그늘에 핏빛 서리는 시월 어스름, 시간의 망막에도 물이 괴는지 흩날리는 나뭇잎 냄새마다 빈집 한 채 기우뚱 들어차고 있다



게재지 : 현대문학

등  단 : 1984년. 현대문학

주  소 :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도곡리 덕소두산위브A 115동 902호

전  화 : 031-595-3832 / 019-595-3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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