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발표작

창세기, 아홉째 날 / 박강우<시향 2006년 여름호>

자크라캉 2006. 6. 21. 15:35

 

 

 

                      사진<수경>님의 플래닛에서

 

 

 

세기, 아홉째 날  / 박강우

 

거울이 손을 잡아당긴다

팔이 길어진다

거울 안으로 들어간 팔은

거울 안쪽의 견고한 벽에 박힌다

벽에 박혀 있는 팔을 붙잡고

계단이 거울 의 천정으로 오른다

계단에 매달려 있는 사과가 떨어진다

햇살을 받으면

팔은 번식을 시작하여 견고한 벽에서

팔들이 자라 나온다

팔들을 붙잡고

벽을 타고 오른 계단은

거울의 바닥에 도착한다

거울의 바닥은 거울의 천장이다

견고한 벽이다

떨어지는 사과는

어느새 계단에 다시 매달려 있다

 

 

<시향>2006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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