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오또기>님의 블로그에서
프렐류드 / 김언희
변기 속에서
사마귀를 보기 시작하면, 그 사마귀와
허물없는 사이가 되기 시작하면, 벌건 대낮에
내 집 개가 나를 보고 길길이
짓기 시작하면, 있는 줄도
몰랐던 것이
문을 열 때 마다 문 밖에 서 있기
시작하면, 징글징글한 前妻처럼
우연히 마주치고
못 피하고
마주치기 시작하면, 낯선 곳에서 잠을
깨는 일이 잦아지기 시작하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면서 쉴새없이 말이
나오기 시작하면, 손톱에서
발톱이 걸어나오기
시작하면, 가방 속의 불길한 습득물이 꽃을
피우기 시작하면, 꽃잎 하나
없는 꽃이 말똥말똥 피기
시작하면, 낮짝도
없이 빠안히
쳐다보기 시작하면
<시향>2006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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