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발표작

풀 숲 우주 / 박형준

자크라캉 2006. 6. 3. 22:28
출처카페 : 계간 정인문학

 

숲 우주 / 박형준

 

새벽 풀숲에

거미가 이슬 다리를 놓았다

간밤 풀숲에 훅 끼친

숨결 남아 있었나

이슬 속 싹 틔운 행성


반짝이는

몽유(夢遊)에서 돌아온다


이윽고 거미는

꽁무니에서 실을 풀어

바람에 실려 날아간다

아릿한 통증으로

짜여지는 미명(未明)

얼어붙어 선명해진다


해발 칠백미터 고랭지

눈먼 목사네

뜰, 개척교회 종

풀숲에서 울리고

우물엔 물동이 긷는

어린 딸 허벅지에

찰랑이는 서릿빛

 

 

계간정인』2006년 창간호 중에서

 

     ☆ 프로필

 

시인 박형준(朴瑩浚)

 

 

1966년 전북 정읍 출생.
1987년 서울예전 문예창작과 졸업.
199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가구(家具)의 힘」이

당선되어 등단.
1994년 첫시집 『나는 이제 소멸에 대해서 이야기하

련다』 간행 이후
『빵냄새를 풍기는 거울』(1997) 『물속까지 잎사귀

가 피어 있다』등이 있음.
제15회 동서문학상 수상.
1996년 제1회 꿈과시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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