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천둥>님의 플래닛에서
버드나무의 비밀 / 양해기
가느다란 발목 끝으로 나무는 무성한 잎을 물어와 그늘을 만
들고 있다 매미들도 울음 그친 고요한 나무의 품 안, 여름의
미세한 움직임이 느껴진다 뿌리가 뽀족한 이파리들 일제히 내
눈치를 살핀다 눈이 마주칠 때마다 행동을 멈춘다 오히려 내가
불편해 모른척 눈감아준다 그러자 나무는 아주 노골적이 된다
머리를 툭 툭 치기도하고 가슴에 손까지 밀어 넣으려 한다 무
슨 말도 하려는 것 같다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본다 그랬구
나 그랬구나 한 여름의 이 무서운 적막, 살아 꿈꾸지 못한 두려
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구나 이젠 저도 불편한지 내게로 기
대와 스르륵 몸 열어준다 수천 마리 새떼 떨리는 몸짓이 가지
마다 빽빽이 접혀져 있다 새, 얼마나 날아 오르고 싶어하는지
나무와 슬쩍 체위를 바꿔본다 실눈 뜨면 댕볕 까마득한 아래
한 사람이 서 있다
양해기
2006년<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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