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발표작

버드나무의 비밀 / 양해기<다층>2006년 봄호

자크라캉 2006. 5. 22. 15:38

 

 

                                        사진<천둥>님의 플래닛에서

 

 

 

드나무의 비밀 / 양해기

 

 가느다란 발목 끝으로  나무는 무성한 잎을 물어와  그늘을 만

들고 있다  매미들도 울음 그친  고요한 나무의 품  안,  여름의

미세한  움직임이 느껴진다 뿌리가 뽀족한 이파리들 일제히 내

눈치를 살핀다 눈이 마주칠 때마다 행동을 멈춘다 오히려 내가

불편해 모른척 눈감아준다 그러자  나무는 아주 노골적이 된다

머리를 툭 툭 치기도하고 가슴에  손까지  밀어 넣으려 한다 무

슨 말도 하려는 것 같다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본다  그랬구

나 그랬구나 한 여름의 이 무서운 적막, 살아 꿈꾸지 못한 두려

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구나 이젠 저도 불편한지 내게로 기

대와 스르륵 몸 열어준다  수천 마리 새떼  떨리는 몸짓이 가지

마다 빽빽이  접혀져 있다  새, 얼마나 날아 오르고 싶어하는지

나무와 슬쩍  체위를  바꿔본다  실눈 뜨면 댕볕 까마득한 아래

한 사람이 서 있다

 

 

 

 

 

양해기

2006년<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