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발표작

테트라포드 / 정다운

자크라캉 2006. 5. 20. 10:37

 

 

                    사진<테트라포드>님의 프로그에서

 

트라포드* / 정다운

 

 

 

파도는 네 발 달린 콘크리트 덩어리 앞에서

쉽게 찢어진다 무쳐 먹기 알맞다

사람들은 바다의 귀퉁이를 꼭꼭 씹어 먹는다

허기지면 제 발을 씹는다는 문어처럼

흡반을 떼어 먹고 자꾸 미끄러지는 것 같다

새들도 사람도 처음엔 발이 네 개 였다

두 개는 날개가 되었고 두 개는 손이 되었다

새는 날고 싶었고 사람은 아마 만지고 싶었을 게다

만지다 지쳐서 제 손을 베고 잠을 자고 싶었을 게다

사람의 손은 어떤 물고기들에게 너무 뜨거워

열이 나서 죽는다 한다 다시 바다 속에 던져주어도

몸이 너무 뜨거워 헤엄을 멈춘다 한다

사랑한 자들의 얼굴은 손자국, 온통 울긋불긋

숨이 막혀 떠나기도 하지만 때로 떠난 자들은

소파블록에 묶인 채 발견되기도 할 것이다

파도는 네 발 달린 콘크리트 덩어리 앞에서

쉽게 찢어지고 그 속에 물고기들이 숨어 산다

파도의 틈틈마다 줄을 드리운 방파제 낚시꾼들

때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꾸욱꾸욱 울어대던 새끼 복어들 누군가 다시

파도 속에 던져 넣는 소리도 잘 들리지 않는다

 

 

* 데트라포드 : 원뜻은 네발 동물. 파도 피해를 막기 위해

  항구의 방파제 좌우 바다 속에 집어넣는 시멘트 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