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발표작

치즈굴리기 대회 / 정다운

자크라캉 2006. 5. 20. 10:16

 

 

                         사진<하루하루 행복하게>님의플래닛에서

 

 

즈굴리기 대회

 

-정다운

 

 

 

  여기저기 배다른 자식들을 뿌려두었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 할머니들은 서로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한데 모여든 자식들은 자잘한 레밍쥐 떼 같아서, 삼사 년에 한번씩 불어나 바다로 간다는 그들처럼 줄지어 물속으로 뛰어들 것 같았다

 

  내 아버지와 작은아버지들은 모여서 묘지를 샀다 바다 위에 노랗고 둥근 달이 두 개 내 할머니는 결국 봉분 하나를 차지할 수 있게 될 것이지만 모르지, 어떤 딸들은 제 엄마의 불사른 뼈를 어느 밤 몰래 큰 봉분 아래 파묻을지도 등을 구부린 채 밤새 달을 지키는 아버지는 발가락이 물에 젖는지 가끔 어깨를 떨고

 

  할아버지의 하관은, 치즈 한 덩어리 굴러 내려가는 것 같았다 모두가 와르르 엎어졌고 평생 온전히 불려본 적이 없었던 아버지 아버지, 끝도 없이 무덤 속으로 굴러 내려갔다 영국의 쿠퍼 언덕에서처럼 잔디가 햇볕에 반짝이는 오후 여자고 남자고 정신없이 뛰어내려가 언덕을 구르는 그 유쾌하고 미련한 축제-바다로 풍덩 풍덩 지친 그들, 그러나 레밍쥐와 달랐던 것은 얼굴의 짠 물 털고 언덕을 다시 기어 올라간다는, 죽지 않고 살아간다는, 그저 골절된다는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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