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히카리>님의 블로그에서
물구나무 / 유안진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던 시인이 있었던
아이가 되는데 80년이나 걸렸다는 화가도 있었지만
나는 살수록 유치幼稚해지고 있다
아프면 죽을까 겁나서 살고 싶어 죽겠으니
죽어본 다음에 살고 있는 모양이다
나는 이제껏
공간 속에 살지 않고 시간 속에 사는 줄 몰랐고
땅바닥을 머리에 이고 땅을 하늘처럼 섬겨야 하는 줄 몰랐고
안 보이고 안 들릴수록 진짜인 줄 몰랐고
내가 바로 나의 강적인 줄 몰랐고
풀벌레도 가족인 줄 몰랐고
잘 죽기 위해서는 잘 살아야하는 줄도 몰랐으니
거꾸로 살아온 줄을 까맣게 몰랐다
저수지 물 속에 거꾸로 선 나를 보았다
일그러진 내가 제대로 보였다
나는 내가 나무인 줄을 겨우 알았다
태어날 때도 머리부터 나오는 까닭을 이제 알았다
<시평> 2006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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