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발표작

대통밥 / 이정록

자크라캉 2006. 5. 15.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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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딸기아줌>님의 블로그에서

통밥 / 이정록

 

화살도 싫고 창도 싫다

마디마디 밥 한 그릇 품기까지

수 천년을 비워왔다

모든 열매들에게 물어봐라

지가 세상의 허기를 어루만지는

밥이라고 으스대리니,

이제 더는 무엇이 되고 싶지 않다

땔감도 못되는 빈 몸뚱어리가

밥그릇이 되었다 층층 밥솥이 되었다

칼집처럼 식식대는 사람아

내가 네 밥이다 농담도 건네며

아궁이처럼 큰 숨 들이마셔라

불길을 재우고 뜸들일 줄 알면

스스로 밥이 된 것이다

하늘 끝 푸른 굴뚝까지

칸 칸의 방고래마다 밥솥을 걸고

품바, 품바, 품바

푸르게 타오르는 통큰 대나무들

 

2004년 <시향> 여름호

 

 

이정록

1993년 <동아일보>신춘문예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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