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발표작

칼/송유미 / 2006년<심상>3월호

자크라캉 2006. 4. 30. 22:45

 

 

                                    사진<도마뱀>블로그님

 

  / 송유미

 

 

모든 것은 끊고 맺음에서 생기는 고통이었다

숫돌 위에서 무뎌지는 감성을 갈다가

다 닳아지는 생이었다

창자를 끊어 내듯 추억을 잘라먹고 살아온 청춘이 었다

종이에 스쳐도 피가 나던 어린 시절도 있었다

두부보다 나약해서 등을 굽히며 살았다

시뻘건 녹물이 뼈 속을 타고 흘렀다

무딘 내 감성만 이가 빠졌갔다

무엇이든 성금성금 썰리는 식욕이

까짓것, 캄캄한 절망쯤은 가볍게 썰었다

상처를 도려 낸 자리마다

생살이 돋아나기도 하였다

칼집 속에 갇힌 어두운 시절은

스스로 빛나기 어려웠지만,

누가 내 생을 한 칼에 목을 날린다면

상현달이 환히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