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 속 하루살이 / 고진하
여행가방을 열었더니
하루살이떼가 뿌옇게 날아올랐다
하, 신기하여
가방 속을 샅샅이 뒤져보니
언제 넣었는지 알 수 없는 귤 하나
짓눌려 터져 있었다
하루살이의 진원이 바로 너였구나
부패하는 달콤한 시간 속에
알을 까고
알에서 부화하고
날개가 자라고
캄캄 獄에 갇혔다가
드디어 대명천지로 뿌옇게 날아 나온
탈옥자들
터진 귤을 꺼내 버리고
여행가방을 들여다보며 생각한다
밀봉된
생명의 産室,
잔인한
시간의 獄을
끙끙 짊어지고 다니다니
아무것도 모른 채
그렇게 짊어지고 다니는 동안
한 生을 다아 꽃피우다니......
(愛知 2005 봄호)
고진하>시인
1953년 강원 영월 출생
1987년<세계문학>으로 데뷔
시집<지금 남은자들의 골짜기엔>, <프란체스코의 새들>,<얼음 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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