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작시

겨울나비/ <다층>3월호 발표작 /심은섭

자크라캉 2006. 3. 20. 12:31

 

 

사진<공군시설장교74기모임입니다>님 카페에서

 

울 나비 / 심은섭

                                                             

 

오후, 빙점을 지난 수은주 발가락이 발갛다

회색 하늘의 양수가 터진다

흰 옷을 입은 천사들이 울컥 쏟아져 나온다

천사들은 지상으로 몰려와 나비 떼가 된다

생의 암호를 풀 난수표 찾는 사람들의 속눈썹으로 걸어가

그들에게 물이 된다

물이 된 나비들은 천상으로 가려고

2호선 순환 전철을 타지만

정류장에서 서성이던 몇몇은 손금을 보며

낯선 시외버스를 가볍게 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하얀 내 방에는 하얀 나비 한 마리 들어오지 않는다

혼란 속에 혼란이 있고

하얀 내 방 유리창이

유리벽을 닮아가고 내가 나비를 닮아 간 뒤

지난 봄 떠났던 나비는 돌아오지 않는다

갈증 속에 갈증이 있고

밤눈이 어두운 날개가 있어도 날아야 했던

나비들, 어쩌면

영혼이 바다였는지도 모른다

지금도 나와 함께 물방울이 되고 있다

 

 

 

<다층> `06년 봄호

 

 

 

 

심은섭

2006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

011-376-6812

shim80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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