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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 / 신경림 낙타를 타고 가리라, 저승 같은 별과 달과 해와 모래밖에 본 일이 없는 낙타를 타고 세상사 물으면 짐짓, 아무것도 못 본 체 손 저어 대답하면서, 슬픔도 아픔도 까맣게 잊었다는 듯. 누군가 있어 다시 세상에 나가란다면 낙타가 되어 가겠다 대답하리라. 별과 달과 해와 모래만 보고 살다가, 돌아올 때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 하나 등에 업고 오겠노라고.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았는지도 모르는 가장 가엾은 사람 하나 골라 길동무 되어서.
-《창작과비평》 (2002년 겨울호) 인간 세상이 사막과 같다. 흔히 사막을 견디어 이기고 건너는 존재로 인식 되었던 낙타는 그러나 그 자체가 사막이다. 낙타를 탄 사람도 사막이나 낙타와 다른 말이 아니다. 사막 위를 비추는 별과 달과 해도 사막이며 사막의 모래알이 별과 달과 해이며 사람이며 낙타다. 모두 “길동무”인 것이다. 슬픔도 아픔도 보살핌, 재미, 가엾음도 그저 “길동무”이다. 나이든 시인이 볼 때, 무엇과 무엇은 다르며, 무엇은 무엇에 영향을 주고, 견디고 이기고 건너는 것이란 구분이 없어 보이는 것일까? 단지 모두 나의 일부요 나의 내면이 되는 것일까? 그게 사막이고 그래서 사막이 되나보다 마치 모래알이 각각 독립체이지만 함께 뭉쳐 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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