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발표작

이별/정양 <현대문학>`06년 3월호

자크라캉 2006. 3. 12. 01:23

이별

 

-정양
 

 

길가에 너를 내려놓고
남은 말들이 신호등에 걸려 머뭇거린다
뒷거울 속 네 발길 밑에는
사물이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다고 적혀 있다

 

뒷거울 속은 멀어도 가깝고
뒤에 있는 것들은 가까워도 멀다
돌아보지 말자고 우리는
서로 뒤에 있는데
맘 놓고 돌아보라고
신호등에 걸린 세월도
저만큼씩 뒤에 있구나

 

멀리 보이는 슬픔보다
참아버린 말들이 가깝다
가까워도 멀리 보이는
뒷거울 속 네 뒷모습


-《현대문학》 2006년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