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없는 모정의 강 / 심은섭
신음소리가 들립니다
내 가슴을 건너가던 강물소리
(어눌하게 고요합니다)
뱉어낸 진액에 스스로 말라 갑니다
시간을 실은 완행열차가 철모를 눌러쓰고
강물소리 삼키며 달리던 날도 있었지만
늘 깃을 세운 정장차림으로
내게 다가옵니다
귓밥에 가득 고인 신음소리에
한 뙈기 어린 모가지는 살이 깊어지고
지금은 남긴 흔적을
내 심장 안에 가둡니다
칼날에 앉아 육두문자 한 줄 혀 끝에 적셔도
저음低音으로 내 곁에 있습니다
강물소리에 돌들이 큽니다
신음소리로 헤진 내 신발을 꿰맵니다
그때마다
출생이라는 것을 생각합니다
처음. 중간. 끝의 소리를 찾습니다
소리들의 쉼표가 어딘지를 생각합니다
쉼표가 출생의 비밀인지도 모릅니다
시간들이 강물의 뼈마디를 잘라냅니다
깊게 패인 내 이마에도
지난 날의 강물소리 여전합니다.
`05년 <시인정신> 여름호
심은섭
2006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
011-376-6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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