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작시

쉼표없는 모정의 강

자크라캉 2006. 2. 21. 21:51

 

 

                                              

 

 

 

 

표없는 모정의 강  / 심은섭

 

 

신음소리가 들립니다

내 가슴을 건너가던 강물소리

(어눌하게 고요합니다)

뱉어낸 진액에 스스로 말라 갑니다

시간을 실은 완행열차가 철모를 눌러쓰고

강물소리 삼키며 달리던 날도 있었지만

늘 깃을 세운 정장차림으로

내게 다가옵니다

 

귓밥에 가득 고인 신음소리에

한 뙈기 어린 모가지는 살이 깊어지고

지금은 남긴 흔적을

내 심장 안에 가둡니다

칼날에 앉아 육두문자 한 줄 혀 끝에 적셔도

저음低音으로 내 곁에 있습니다

 

강물소리에 돌들이 큽니다

신음소리로 헤진 내 신발을 꿰맵니다

그때마다

출생이라는 것을 생각합니다

처음. 중간. 끝의 소리를 찾습니다

소리들의 쉼표가 어딘지를 생각합니다

쉼표가 출생의 비밀인지도 모릅니다

시간들이 강물의 뼈마디를 잘라냅니다

깊게 패인 내 이마에도

지난 날의 강물소리 여전합니다.
 
 
`05년 <시인정신> 여름호
 
 

 

심은섭

2006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

011-376-6812

shim80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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