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산아!
그리움과 셀레임으로 항상 너의 곁으로>님의
플래닛
녹등길 25-1 사람들 / 심은섭
빈 젖을 입에 문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뱃고동 소리보다 높은 녹등길 25-1 사람들
바다를 퍼 먹고 산다
태풍주의보가 육중한 몸매로 달려 오던 날
몇몇 사내들이 바다로 나가 바다가 되어
남자보다 여자가 더 많은 녹등길 언덕, 그래서
녹등길 25-1에 사는 사람들의 문설주에는 같은 날
조등弔燈이 걸린다
생선 비린내에 도회지로 떠난 아이들은
얼굴 없는 바다울음소리를 가끔 듣고 살지만
사내 잃은 울음소리 가득 고인 슬라브지붕 밑 침실로
밤마다 방파제를 넘어 찾아오는 바다는
발자국을 남기지 않은 채 하얀 그림자가 되어
제 몸 속으로 숨어 든다
등대가 시간을 뜯어 먹고 시력을 잃은 지금
해당화가 활짝 핀 녹등길 25-1 ~ 7 사이로
상처를 물고 제비처럼 떠났던 아이들이
검은 정장차림으로 돌아와
물-질을 끝낸 노파老婆의 조등弔燈을 낡은
문설주에 또 하나씩 걸고 있다
<시인정신> `05년 여름호>
심은섭
2006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
011-376-6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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