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작시

녹등길 25-1 사람들

자크라캉 2006. 2. 21. 21:50

            

 

       

        사진<산아! 그리움과 셀레임으로 항상 너의 곁으로>님의 플래닛          

 

 

 

등길 25-1 람들  / 심은섭

 

빈 젖을 입에 문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뱃고동 소리보다 높은 녹등길 25-1 사람들

바다를 퍼 먹고 산다

태풍주의보가 육중한 몸매로 달려 오던 날

몇몇 사내들이 바다로 나가 바다가 되어

남자보다 여자가 더 많은 녹등길 언덕, 그래서

녹등길 25-1에 사는 사람들의 문설주에는 같은 날

조등弔燈이 걸린다

 

생선 비린내에 도회지로 떠난 아이들은

얼굴 없는 바다울음소리를 가끔 듣고 살지만

사내 잃은 울음소리 가득 고인 슬라브지붕 밑 침실로

밤마다 방파제를 넘어 찾아오는 바다는

발자국을 남기지 않은 채 하얀 그림자가 되어

제 몸 속으로 숨어 든다

 

등대가 시간을 뜯어 먹고 시력을 잃은 지금

해당화가 활짝 핀 녹등길 25-1 ~ 7 사이로

상처를 물고 제비처럼 떠났던 아이들이

검은 정장차림으로 돌아와

-질을 끝낸 노파老婆의 조등弔燈을 낡은

문설주에 또 하나씩 걸고 있다

 

 

<시인정신> `05년 여름호>

 

 

 

심은섭

2006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

011-376-6812

shim80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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