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아하, 여기까지 뒷조사오셨군요. 다~꺼내보세요>님의
플래닛에서
삼겹살 집 환풍기
심은섭
삼겹살 타는 냄새를 맡은 환풍기가 날개를 달고
저공 비행을 시작한다
일정한 맥박을 유지하지만 촉수는 더 날카로워졌다
홀 안에 꽉 채워진 어둠을 빨아내고 그 자리에
알 전구불빛을 채웠다
의자에 사람들도 섬처럼 떠있기 시작했다
어떤 사내가 식탁에 풀어 놓은 생의 고뇌도
고등어 등뼈를 핥아 먹고 장딴지가 통통한 쇠파리도
창 밖으로 밀어 낸다
화덕에서 다비식을 끝낸 연탄 불이
검은 노예의 덫에서 벗어나 하얀 화석으로 남는 시간
창 밖엔 검은 외투를 걸친 어둠이 홀 안을 조여 왔다
충혈된 눈빛으로 밤새워 어둠을 퍼 나르던 환풍기
딛고 오를 층계가 없다고
이젠 더 가라앉을 바닥이 없다던 낮은 곳을
뚝심으로 쉼 없이 살피다가
부엉새 울음소리가 성당종탑에서 멀어질 때
무허가 담벼락에 걸린
슬픈 보석
스스로 침묵을 서약하며
정찰비행은 계속되고 있다
<`06년모던포엠 1월호>
심은섭
2006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
011-376-6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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