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작시

삼겹살 집 환풍기

자크라캉 2006. 2. 21. 21:48

                                

                                

     
 
    사진<아하, 여기까지 뒷조사오셨군요. 다~꺼내보세요>님의 플래닛에서

 

 

겹살 집 풍기

 

심은섭

 

삼겹살 타는 냄새를 맡은 환풍기가 날개를 달고

저공 비행을 시작한다

일정한 맥박을 유지하지만 촉수는 더 날카로워졌다

홀 안에 꽉 채워진 어둠을 빨아내고 그 자리에

알 전구불빛을 채웠다

의자에 사람들도 섬처럼 떠있기 시작했다

어떤 사내가 식탁에 풀어 놓은 생의 고뇌도

고등어 등뼈를 핥아 먹고 장딴지가 통통한 쇠파리도

창 밖으로 밀어 낸다

화덕에서 다비식을 끝낸 연탄 불이

검은 노예의 덫에서 벗어나 하얀 화석으로 남는 시간

창 밖엔 검은 외투를 걸친 어둠이 홀 안을 조여 왔다

충혈된 눈빛으로 밤새워 어둠을 퍼 나르던 환풍기

딛고 오를 층계가 없다고

이젠 더 가라앉을 바닥이 없다던 낮은 곳을

뚝심으로 쉼 없이 살피다가

부엉새 울음소리가 성당종탑에서 멀어질 때

무허가 담벼락에 걸린

슬픈 보석

스스로 침묵을 서약하며

정찰비행은 계속되고 있다

 

 

<`06년모던포엠 1월호>

 

 

 

 

심은섭

2006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

011-376-6812

shim80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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