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다음 키즈짱 사진학습>에서
몇 리터 넣어드릴까요 / 이원희
따뜻한 에너지 넣으실래요 은사시나무에 내리는 햇살 같은
미소의 둥근 맛, 바람의 민첩한 관심, 꿀의 달콤한 끈적임, 달빛의 짙은 농도, 풀의 흔들림에도 떠오르는 얼굴, 비에 감전된 목소리, 분절된 소망, 서녘 노을에 얹히는 눈물
이땅의 온갖 언표들, 깊이 끌어안은 상처도 함께 버무려 발효시킨 영혼을 움직이는 에너지, 넣으실래요
마주칠 때마다 마음 밑바닥에 돋는 노란 기운은, 작은 기포로 한 방울 떠올라 우주를 통과하는 몇 번의 눈빛에 기류 뒤섞이고 서로의 가슴을 산비둘기 울음으로 건너다니다 끝내를 내지르며 끓는, 거센 폭풍우였다가 나비 날갯짓의 미풍으로 왼쪽 가슴을 펌프질하는 에너지, 넣으실래요
심장 엔진의 리듬을 따라 가득 퍼진 몸 안 욕망은, 방사능의 힘으로 핵화되어 모터를 가동, 끊임없이 자기 복제하며 세상을 지속적으로 움직이는 다솜 가솔린
보라, 별을 달고 논둑을 날아다니는 반딧불이, 짝을 짓는 울음이 밤을 덮는 맹꽁이 개구리들, 햇살을 끌어당기는 공정단계의 생강나무 노란 심장 소리
몇 리터 넣어 드릴까요
[출처 : 2009년 『시평』,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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