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발표작

나이테 / 이태관<시와세계>2007년 봄호

자크라캉 2007. 11. 7. 09:19

 

 

사진<통나무 사랑과 공예>님의 카페에서

 

이테 / 이태관

 

푸르다는 것이 얼마나

힘에 겨운 일이냐는 듯

시름에 잠긴 나무의 허리를

입산금지의 철망이 옥죄고 있다

새 하나 깃들지 않은 갈색의 모발 사이

외로운 양치기의 피리소리로

바람이 운다

나무의 호흡이 거칠다

 

나무는 상처를 안으로 갈무리 한다

그 누가 분단을 만들었는지

검은 머리에 세치 자라듯

바람이 나무의 새치를 뽑고 있다

마지막 소임이라 듯

떨어지는 솔방울들

 

넉넉한 허리 둘레가

부의 상징인 적이 있었다

힘에 겨울수록

더욱 졸라매어야 했던 허리

그 허기짐에 산처럼 굽은

당신

 

한해의 나이테가 더해질수록

더욱 옥죄여 오는 허리,

중년의 호흡이 거칠다

 

2007<시와세계> 봄호

 

 

<약력>

태관

1994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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