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성화사랑>님의 블로그에서
로사Rosa* 이야기 / 최동문
벽에 걸린 십자고상 십자고상이 피 흘리는
외과 F동을 빠져나온
3교대 나이트에 발등이 부었네요
기적은 잠을 잤어요
내 벨벳 치마를 수놓은 흑장미는
출근하는 저녁마다 한 잎씩 묽어졌어요
기적은 첫 허물을 벗었어요
나는 나이팅게일이 아니어요
피었다지는 간호조무사지요
나는 장미랍니다
수술등 위로 날아간
옷에 붙은 털실 한 올이
내가 디딘 복도에 떨어진 장미꽃을 물고 돌아와
졸음을 품에 안겨
기적의 잠을 깨웠어요
일용할 붕어빵이 들어간 위장에서
금붕어 떼가 입술을 열고나와
열려라 눈!
형광등 물질에서 원무를 그렸어요
기적은 눈을 떴어요
나는 6인실 병동의 창문을 열고
매일
안 아픈 애인들이 시들어가는 애인에게 보낸
장미 꽃송이를 배달하였어요
기적은 일어났어요
제5시각에 닿기 전에 나는 로사Rosa로 살았고
지금
나는 금붕어를 몰며 일곱 아이를 키우는
발바닥이 마를 날 없는 홀로이스트** 혹은 수녀에요
아니, 나는 나랍니다
*라틴어로 로사Rosa는 '장미'라는 뜻을 품고 있지요
**홀로이스트Holloist는 가족.사랑.신념.일을 지나 제5의 시각을 만들며
자기애 속에서 이타를 발견한 사람이죠. 시계를 멈추는 능력이 있어요
[2007년<우리시>11월호]
<약력>
최동문
1996년 『현대시』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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