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발표작

아침의 시작 / 강정

자크라캉 2007. 9. 21. 16:04

 

 

                                                 사진<황제>님의 플래닛에서

 

침의 시작 / 강정

 

어젯밤엔 집으로 돌아가던 나의 그림자가 죽었다

 

문지방 앞에서 흘러내린 어둠엔 꽃냄새가 가득했다

 

달의 뒤편으로 추락하던 지구가 새로운 별을 임신했다

 

창가에 남아있던 냉기가 시간의 한틈을 쪼개었다

 

문득 별이 터지니 죽은 내 얼굴이 해바라기처럼 웃었다

 

십년 전의 벚꽃들이 폭약처럼 터졌다

 

이제 나는 슬프지 않을거야, 라고 노래 부르며

 

한 아이가 문 밖으로 자전거를 끌고 나갔다

 

낡고 메마른 굴렁쇠가 수평선 바깥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2007년<현대시학> 4월호

 

<시인 약력>

  강 정

-1971년 부산출생

-1992년 <현대시세계>로 등단

-시집:『처형극장』, 『들려주려니 말이라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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