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발표작

청동거울 / 윤동주

자크라캉 2007. 9. 11. 15:24

 

사진<다음미디어뉴스>에서

 

동거울 / 윤동주

 

파란 녹이 낀 구리거울 속에

내 얼골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욕된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줄에 줄이자

一滿二十四年一個月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든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一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告白을 했든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나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온다

 

 

 

2006년 <현대시학> 7월호

 

 

 

'문예지발표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상 / 천상병  (0) 2007.09.19
생강나무 / 문성해  (0) 2007.09.19
토르소 / 이수명  (0) 2007.09.05
구부러진 것들 / 박해람  (0) 2007.09.05
저녁의 동화 / 김경주  (0) 2007.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