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발표작

토르소 / 이수명

자크라캉 2007. 9. 5. 13:33

 

     

     사진< http://cafe174.daum.net/_c21_/home?grpid=rxN5>님의 카페에서

 

르소 / 이수명

 

비가 그쳤다.

 

비가 그친 후에야 비를 목격했다. 비가 더 이상 자라지 않게 되었을 때에

 

나는 너를 채우고 있었다.

솜뭉치로 너를 메우고 있었다.

나는 너의 육체를 결성하고

너를 정지 시켰다.

 

몸이 되기 위해 너는 감각을 버리고

부동의 자세로 사랑을 했다.

너는 메워졌다.

나는 너를 드러냈다.

내 머리 속에 있는 손들이 나를 떠나

너에게 날아가 앉았을 때

너에게로 가서 비로소 너의 형식이 되었을 때

 

나는 그쳤다

 

내가 그친 후에야 나를 목격했다. 내가 더 이상 너와 교환되지 않았을 때에

 

 

2005년 『문학과 사회』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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