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발표작

몸과 길 / 박진형

자크라캉 2007. 7. 16. 11:28

 

                                  사진<배창호 감독 영화 「길」의 한 장면> 중에서

 

 

과 길 / 박진형

 

자루 속에서

한 사내가 길을 꺼낸다

헐렁한 몸 속에서

줄줄이 달려나오는

오방색 길

 

피범벅인 노을이

생뚱스런 얼굴을 하고

발바리 한 마리 데리고

느릿느릿 지나간다

다리가 짧은 발바리가 따라간 길을

한 여자가 기억해 낸다

 

붉디 붉은 울음 구겨 들고

사내가 자루 속으로 들어간다

길의 끝에는 쉼없이 바람이 펄럭인다

다시 살아봐야겠다고

중얼중얼 거리며

 

<약력>

박진형<1954~   )

시집 : 「퍼포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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