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발표작

머리끄락 / 마경덕

자크라캉 2007. 6. 20. 11:11

 

 

                                사진<어둠 속에 갇힌 불꽃 정중규>님의 카페에서

 

리끄락  / 마경덕

 


  그렁께 니 아부지, 아부지가…
  아녀, 그만 들어가
  딸깍

  전화는 끊겼다. 또 꿈에 아버지를 보신 게지, 나는 잠깐 혼자 남겨진 엄마를 생각했고 TV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따라 부르며 설거지를 마쳤다.

  그렁께 그 머시냐, 머리끄락이,
  머리카락이 뭐어?
  거시기 말이여
  딸깍

  사흘 후에 온 전화도 싱거웠다. 나는 새우깡 한 봉지를 아작내며 읽던 책을 마저 읽었다.

  ………
  엄마, 울어? 
  금메 밥 묵는디, 밥을 묵는디…

  천리 밖에서 울음이 건너왔다. 늦은 저녁을 먹는데 흰 머리카락이 밥에서 나왔단다. 울음이 목에 걸려 밥을 삼킬 수가 없단다. 지난번은 장롱 밑, 지지난 번엔 서랍에서 아버지를 보았단다. 아무 데나 머리끄락 흘린다고 타박을 줬는디… 니 아부지 세상 버린 지 석 달인데 아직도 구석구석 살아있당께. 우리 엄마 우신다. 다 늙은 여자가 아이처럼 운다. 

 

계간 [시와정신]. 2006년.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