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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번의 낮과 밤 / 권혁웅
불혹은 일종의 부록이거나
부록의 일종이다
몸 여기저기 긴 절취선이 나 있다 꼬리를 떼어낸 자국이다 아무도 따라
흔드리지 않았으므로 몸은 크게 벌린 입처럼 둥글다 제 자신을 다 집어 넣
을 때까지 점점 커질 것이다 저녁은 그렇게 온다
자다가 깨어날 때에는 꼭 뒤튼 자세다 작은 물길 하나가 여기저기 부딪
혀 흘렀다 내 등본은 패이고 깍여나간 것투성이다 삼각주에 관해서는 말
할 것이 없으므로 침대는 먼데서 날아 온 것들로 버석 거린다
내 방은 우물이 아니어서 돌을 던져도 아무 소리가 안 난다 새벽은 절취
선처럼 온다 일렁이는 빛이 다 물살이다 그걸 마저 뜯어내거나 바닥에 닿
으려면 몇 십 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2007년 <현대시>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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