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발표작

마흔 번의 낮과 밤 / 권혁웅

자크라캉 2007. 5. 13. 18:17

 

                            사진<패션디바 ─☆ 각종 패션 정보>님의 카페에서  

 

 

  흔 번의 낮과 밤  / 권혁웅

 

 

   불혹은 일종의 부록이거나

   부록의 일종이다

 

   몸 여기저기 긴 절취선이 나 있다 꼬리를 떼어낸 자국이다 아무도 따라

흔드리지 않았으므로 몸은 크게 벌린 입처럼 둥글다 제 자신을 다 집어 넣

을 때까지 점점 커질 것이다 저녁은 그렇게 온다

 

 

   자다가 깨어날 때에는 꼭 뒤튼 자세다 작은 물길 하나가 여기저기 부딪

혀 흘렀다 내 등본은 패이고 깍여나간 것투성이다 삼각주에 관해서는 말

할 것이 없으므로 침대는 먼데서 날아 온 것들로 버석 거린다

 

 

   내 방은 우물이 아니어서 돌을 던져도 아무 소리가 안 난다 새벽은 절취

선처럼 온다 일렁이는 빛이 다 물살이다 그걸 마저 뜯어내거나 바닥에 닿

으려면 몇 십 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2007년 <현대시>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