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북한산 직무역 꽃게>님의 카페에서
적適 / 마경덕
꽃게를 잡는 순간
뚝, 제 다리를 분질렀다
꽃게는 다리를 버리고 바위틈으로 내뺐다
내 손엔 단단한 집게발 하나가 남아 있었다
나는 다리를 바다에 던져 버렸다
산에서 만난 도마뱀도
긴 꼬리를 끊고 달아났다
그 징그러운 꼬리도 숲에 버렸다
오래 전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사촌오빠
배에서 실족한 친척 아저씨도
스크루에 발목이 잘렸다
어디론가 사라진 다리와 발목은
다시 돌아 오지 않았다
내 손에 잘린
발 하나
꼬리 하나
무심코 던져버린 다리와 꼬리가 자라기까지,
외다리 꽃게
새끼 도마뱀은
얼마나 많은 적들과 싸워야 했을까
2007년 <우리시> 5월호
마경덕
200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신발론』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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