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발표작

적適 / 마경덕

자크라캉 2007. 5. 4. 03:16

 

사진<북한산 직무역 꽃게>님의 카페에서

 

/ 마경덕

 

 

꽃게를 잡는 순간

뚝, 제 다리를 분질렀다

꽃게는 다리를 버리고 바위틈으로 내뺐다

내 손엔 단단한 집게발 하나가 남아 있었다

나는 다리를 바다에 던져 버렸다

 

산에서 만난 도마뱀도

긴 꼬리를 끊고 달아났다

그 징그러운 꼬리도 숲에 버렸다

 

오래 전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사촌오빠

배에서 실족한 친척 아저씨도

스크루에 발목이 잘렸다

어디론가 사라진 다리와 발목은

다시 돌아 오지 않았다

 

내 손에 잘린

발 하나

꼬리 하나

무심코 던져버린 다리와 꼬리가 자라기까지,

 

외다리 꽃게

새끼 도마뱀은

얼마나 많은 적들과 싸워야 했을까

 

2007년 <우리시> 5월호

 

 

마경덕

200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신발론』 등이 있음

gulsam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