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미디어다음뉴스>에서
계간 [창작과 비평] 2007년. 봄호
만달고비 / 이용한
언젠가 ‘낙타’로 시작해 ‘사막’으로 끝나는 시를 쓰고 싶었다
발목이 허락한다면,
한번쯤 고비를 만나 황홀한 황혼을 넘어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생각이 사막을 넘지는 못한다
칭기즈칸 보드카 한잔에
고비 담배 한대를 맛있게 피운다
사각형 사막 그림에 고딕으로 GOBI라고 쓴
담뱃갑을 열면,
바람이 모래를 켜는 소리가 들려온다
만달고비는 고비의 만달라
비로소 사막이 열리고, 적막이 펼쳐지는 곳
밤이 깊어 마두금 소리도 들리지 않는데,
누군가 만달만달 하면서
다 늦은 낙타의 고삐를 노란 달에 내다 건다
누군가 우물을 당기듯
서걱이는 귓가의 고비를 끌어올린다
호텔 만달라 204호 간이침대에 곱사연어처럼 누워서
드디어 사막이 시작되는군,이라고
나는 희박하게 중얼거린다
바람개비에 발동기를 연결해 겨우 백열등을 켜는 밤
한바탕 모래 一家가 지나간 아침-
결혼식 하객처럼 정성껏 나는 수염을 깎고
코를 바짝 땅에 붙인 채 오래오래 모래냄새를 맡는다
사막의 한복판 초크토부에 가면 점심을 먹어야지
식전부터 마음은 고비에 가 있는데,
이미 오래된 라마 문장처럼 늘어져버린 길
저만치 호텔 만달라를 싣고 흘러가버린 은하
만달고비의 고비의 만달라
길이 다한 낙타가 모래로 돌아가는 곳
초승달과 바람과 염소떼가 하염없이 나부끼는
모래의 국경을 나는 만달 만달 넘어가겠네.
'문예지발표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름 돋는 지구 / 김종미 (0) | 2007.03.28 |
---|---|
오길 잘했다 / 이상국 (0) | 2007.03.28 |
낮꿈 / 이덕규 (0) | 2007.03.17 |
萬述아비의 祝文-박목월 (0) | 2007.03.17 |
밑 생각 2 /조정권 (0) | 2007.03.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