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발표작

땅심 / 이향자 <시문학>

자크라캉 2007. 3. 1. 20:43

 

 

                                          사진<아름다운 삼각산>님의 블로그에서

 

/ 이향자


쓰러져야지, 쓰러져야지 하는 소리가 들려
죽어야지, 죽어야지 하는 소리가 들려
산자락 빈집 한 채 만나고 있네

따라가야지, 따라가야지 하는 소리가 안 들려
그립지 않어?
물으려다
발이 붙어버렸네

파편으로 남은 장독대 옆에
감나무 한 그루 무섭게 새 촉 내는 거 보게
집은 지금 나무로 이사 중이네

촉 하나에 기둥
촉 하나에 퇴창
촉 하나에 소 살던 헛간
촉 하나에 부뚜막
촉 하나마다 살던 사람
그림자 하나씩

나무로 남아 나무로 살아
가지마다 명랑한 새를 앉히고

죽은 것을 헐어 산 것을 무성케 하네



*<<시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