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발표작

황야의 건달 / 고 영

자크라캉 2007. 2. 28. 18:04

 

                         사진<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님의 플래닛에서

 

야의 건달 / 고영

 

 

어쩌다가, 어쩌다가 몇 달에 한 번꼴로 들어가는 집 대문이 높다



용케 잊지않고 찾아온 것이 대견스럽다는 듯

쇠줄에 묶인 진돗개조차 꼬리를 흔들며 아는 체를 한다

짜식, 아직 살아 있었냐?



장모는 반야심경과 놀고 장인은 티브이랑 놀고

아내는 성경 속의 사내랑 놀고

아들놈은 라니자와 놀고

딸내미는

딸내미는,



처음 몸에 핀 꽃잎이 부끄러운지 코빼기 한 번 삐죽 보이곤 방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나마 아빠를 사내로 봐주는 건 너뿐이로구나

그것만으로 충분히 고맙고 황송하구나, 예쁜 나의 아가야



아무도 놀아주지 않는 식탁에 앉아 소주잔이나 기울이다가

혼자 적막하다가

문득,

수족관 앞으로 다가가 큰 소리로 인사를 한다

블루그라스야, 안녕! 엔젤피시야, 안녕!

너희들도 한잔할래?

소주를 붓는다

 

 

2007년<현대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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